아침 출근길에 아내로부터 문자가 온다.
아내:비행기 탔어요,고맙습니다.
곰팅:서운한 것 잊고 잘 다녀오소.
아내:예,제주도 도착했어요.
곰팅:몸 편하게 지내고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요
새벽에 아내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2박3일
처형,처제,아내 이렇게 셋이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모시고
떠난 첫 여행이다.
두달전에
쌓아둔 마일리지로 표를 예약하고
처제가 아는 곳으로 숙소를 정하니 큰 돈이 들지않는다면서
딸들이 계획을 해서 떠난 여행이다.
그저께
저녁을 먹은 후에 아내와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
그동안 쌓인 불만을 서로 문자로 털어놓는데...사실,
많이 심한 것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부부의 싸움(?)은 주로 묵비권이다.
마음이 맞지않을때는 말다툼보다는(처음에는 있기도 하다만) 그 이후의
묵비권으로 싸운다..하루에 풀어지기도 하고...꽤 오래가기도 하는데,
그저께 밤에는 문자로 서로의 생각을,불만을 터 놓았다.
말을 하나,하지않으나 20년 이상을 같이 산 부부이니..그 속내를
대부분 안다고 쳐도..사실,따지고 보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나는 술이 한잔된 상태이니...좀더 심한 말을 했을 것이고..아내도,
나름의 불만..오래 쌓인...을 터뜨린 것인데...아침에 눈을 뜨면...참,힘들다.
어떤 내용은 잊어버리지만...대부분의 내용을 기억하다보면,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뉘우침이 절반이고,나머지의 일부는 불만이고,
또 나머지는 두려움이다.
어제 사무실에 출근해서도
종일 무거운 마음..어떻게 풀어야 할까....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아내가 "미안해요,나도 참는다고 참았는데,하면서 낮에 문자를 보냈었다.
번개같이 대답을 한다..내가 더 미안하요,잘 버텨봅시다.
그러고 약간은 안도를 했으나...이것으로 모든 것이 풀릴리는 만무하다.
그냥...또..넘어가는 게지...그럴게야.
마음이 그러하니 저녁에 퇴근시간이 늦어진다.
요즈음은 몸 상태때문에 점심이 반토막이라 저녁을 일찍 먹는데,
저녁시간을 지나치니 아내가 전화를 한다.
시간되었는데 오지를 않으니.어디예요?
다 왔소...하면서 들어가니....이미 상이 차려져 있다.
아내의 표정을 보니..어둡지 않고,목소리도 밝은데,
내 목소리는 굳어서 아래로 깔린다...(참말로 곰팅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제주도 몇시에 가냐니까,
아침 첫 비행기라 세시에 일어나서 준비해야한다고....
지갑에 있는돈 모두 꺼내어...아내에게 주면서..비상금 하소,하니
감사합니당....아내의 목소리가 엄청 밝다....모두 풀렸나?..의식적인가?
새벽 잠결에 아내의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그냥 잠든척...그랬다...괜히,들뜬 기분 가라앉힐까봐..
처제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리고..왔다갔다 하는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니..떠났다.
웃으면 복이 온다.
마음이 편해야 일이 잘 풀린다.
긍정적인 사고가 일이 잘 되도록 한다...뭐,등등..좋은 말이야 많고,
의식적으로라도 표현을 해야 부부사이가 좋아진다..등의 말도 있다만,
사실,
사람마다 다 차이가 있으니..이게..쉽지 않다.
꽤 오래전부터,
너무 아내에게 함부로 하는 것 같아 이를 고칠려고 존칭을 써 왔는데,
이게 도움이 많이 되고..의식적으로도..사랑하요,기타 등등의 표현을
자주 한다만....본래의 성향이 다 고쳐진 것은 아니다.
애들 둘이 군에..학교에..떠나버리고,
아내와 둘이 있는데..공사현장으로 돌아다니고..하다보니,
아내와의 대화가 현저히 줄었다....
그저께 아내의 문자중에,
가족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세요..이런 귀절이 있었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내 마음을 들여다 보아도..
100퍼센트 주어도 좋다고 하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한참 멀었다.
얼마나 더 살아야,
가족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을 것인가?.....변할 수는 있을까?...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