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부천사람사는세상 (ymchi) / 2012-4-1 10:43)
동시에 ‘전 정권 책임론’ 제기하며 찰떡공조 뽐낸 ‘이명박근혜’
- 민주주의 신봉자인 노 대통령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BH(청와대) 하명사건’이 4.11 총선 정국을 격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선거는 이제 열흘 남았지만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민간인 사찰은 민주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찰은 누구와 만나서 무슨 대화를 나눴고, 성향이 어떤지 등의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 기술돼 청와대에 보고되었다. KBS노조가 공개한 사찰 문건에는 고위 공직자의 불륜사실이 ‘분’단위로 기록돼 있다. 그것이 ‘분’단위로 알아야 하는 내용인가. ‘명박산성’ 어청수가 이재오를 만나서 인사청탁을 한 내용은 대화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도.감청 의혹도 제기된다.
선거 막바지에 터져나온 악재에 박근혜가 입을 열었다. KBS노조가 문건을 공개한 것은 30일 새벽, 박근혜가 입을 연 것은 31일 오전. 박근혜는 “(민간인 사찰 건은) 철저하게 수사를 해서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자리에 있던 사람이든 책임을 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장관 권재진 사퇴를 요구했고 ‘특검’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박근혜의 이상한 말. “저 역시 지난 정권과 현 정권에서 모두 사찰했다는 언론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 하루 동안 대응책을 모색했던 박근혜가 들고 나온 회심의 카드는 ‘전 정권 책임론’이었다.
먼저 그 표현의 비열함과 정치성에 대해서는 차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 정권에서는 앞서 보았듯이 ‘BH하명사건’이고 VIP보고 내용이었다. 이명박이 배후임이 드러났기 때문에 <한겨레>에서는 31일자 사설에서 ‘탄핵’까지 들고 나왔다. 그런데 박근혜는 현 정권과 전 정권이라고 표현함에 따라 마치 전 정권의 노무현 대통령도 ‘하명’했고,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했다. 실제 박근혜의 발언을 옮기는 네티즌들 상당수는 ‘노무현도 사찰했다’고 고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 전 정권이 노무현 정부인가? 만일 그렇다면 박근혜는 봉하마을에 가서 ‘석고대죄’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언론보도 내용을 검토하였지만 ‘박근혜 사찰’ 관련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집권 5년에 대해서는 호불호, 공과가 분명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대목은 ‘민주주의의 진화’였다. 그런 정보가 필요했더라면 국정원장 독대보고를 받으면 됐지만 역대 정부 중 유일하게 독대보고를 받지 않았던 대통령이 노무현이었다. 검찰권력도 국민에게 돌려주고자 정권에서 놓아버렸던 대통령이었다.
전여옥이 TV토론에 등장해서 ‘미숙한 노 대통령은 인큐베이터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을 때 함께 출연했던 유시민은 노골적으로 분개했지만 사찰을 포함해 아무런 보복조치 없었다. 노 대통령 집권 2년차인 2004년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환생경제’라는 풍자극을 통해 노 대통령을 ‘육시랄놈’ ‘죽일놈’ ‘그 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등의 시정잡배만도 못한 말들을 쏟아냈지만 사찰을 포함해 아무런 보복조치는 역시 없었다. 청와대대변인을 통해 항의는 했다. 이것이 노무현이 통치했던 방식이었다.
김종익씨를 비롯해 시민들이 이명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사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대통령 비판에 대해 노 대통령은 평소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으로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신봉자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비리와 부도덕에 얽매이는 것을 참지 못했다. 집권 1년차인 2003년 10월 측근 최도술의 뇌물수뢰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하며 재신임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하야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자리가 엄중하기에 그 발언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뉘지만 도덕적 결벽성이 남달랐던 정부였음을 박근혜는 존중해야 한다.
다시 한번 묻는다. 박근혜가 언급한 전 정부는 직전 노무현 정부인가? 아니면 DJ, YS 등을 포함한 이전 정부인가? 아니면 박정희 때까지를 포함한 그 이전인가? 이에 대해 박근혜는 오해를 증폭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킬 소지가 다분한 표현을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가 에둘러 ‘뉴스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이라면서 전 정권 이야기했다. SNS를 통해 Fact가 바로잡히는 데에는 1시간도 걸리지 않음을 깊이 깨닫고 사과 후 자신의 발언을 분명히 고치기 바란다.
박근혜는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에게 또 다시 ‘환생경제’ 때처럼 모욕을 주었고, 언론 보도라는 핑계를 대면서 그의 시대를 부정했다. 2004년 환생경제 연극 당시 박근혜는 한나라당 대표로 맨 앞에서 환히 웃으며 관람하기도 했다.
이명박, 박근혜 동시에 터져 나온 ‘전 정권 사찰론’
박근혜의 ‘전 정부 사찰론’에 곧이어 같은 시각대에 청와대 홍보수석이 언론에 등장해서 ‘KBS 노조가 공개한 사찰문건 중 80%는 노무현 정부 시절 문건’이라고 역공을 폈다. 다음, 네이버 등 모든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로 이 뉴스가 공개되고 있다. 박근혜와 청와대 홍보수석의 입에서 31일 동시에 ‘전 정권 책임론’이 터져나온 것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주장의 '동시성'과 '전 정권 책임론'에 주목한다. 함께 숙의하며 대책을 모색하지 않았더라면 같은 시점에 같은 주장을 감히 이 시점에 어떻게 펼 수가 있겠는가. 주장의 시점과 (사실을 왜곡한) 주장의 내용이 동일한 점에 대해서 이명박근혜는 국민 앞에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문건 중 80%는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이라는 발언에 대해 문재인이 해명을 내놓았다. ‘정상적인 감찰조직에 의한 공직자들에 대한 감찰기록일 뿐’이라면서 ‘참여정부는 사찰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모든 문건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공직자들의 비위사실을 감찰하는 조직은 존재하며 이들의 감찰기록문서 또한 존재한다. 이는 합법적인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명박 정권의 사찰은 국가조직에 의한 ‘민간인 사찰’, ‘정치사찰’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아직도 뭐가 다르고, 뭐가 적법/불법인지 이명박의 사찰정권은 모르겠는가?
새누리당과 청와대에서 동시에 터져나온 실체가 없는 ‘전 정권 사찰론, 책임론’을 보면서 박근혜는 이명박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완벽히 호흡을 맞추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법무장관 권재진 한명 죽이고 공개적인 ‘공조’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사찰 파문을 통해 ‘이명박근혜’는 완성된 모습으로 그 실체가 공개되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의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박근혜가 아닌) 이명박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인 적이 있음을 고려할 때 박근혜의 발언 그 자체도 청와대 작품이 아닌가 의심된다. 당시 이재오를 비롯한 친이계는 노무현 대통령까지 보고되었는지를 의심하며 따졌지만 대통령 당선 후 국정원 내사 결과 ‘침묵’한 것으로 보아 노 대통령과의 연관성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사찰은 탄핵감’이라던 새누리당 비대위원 이상돈... 어디갔어?
현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중앙대 법학교수 이상돈이 지난 2010년 12월 10일 경향신문에 ‘정권의 말로 예고하는 민간인 사찰’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1년 전부터 사찰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상돈은 그것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것이다. 그는 글에서 ‘민간인 사찰은 닉슨 대통령을 사임으로 몰고 간 워터게이트보다 훨씬 심각하다. 워터게이트는 일과성 사건이었지만 민간인 사찰은 정권 초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상황이 이렇지만 의석수가 부족한 야당은 탄핵은커녕 국정조사도 제대로 할 수 없다.’라면서 민간인 사찰이 ‘탄핵 사유’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명박의 민간인 사찰이 문건으로 확인된 지금 이상돈의 태도가 묘하다. 그는 사찰문건이 공개된 30일 저녁 모임에서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면서 ‘박근혜 위원장도 사찰 대상이 아니었을까 의심된다’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전했다. 민간인 사찰이 워터게이트보다 더 악질이고 ‘탄핵’사유라고 칼럼에 기고했던 사람의 1년 후 모습치고는 너무나 괴이하다. 학자적 양심은 다 어디로 가고, 박근혜 사찰론이 도대체 왜 나오는가. 아무리 총선 정국이라지만 그런 식으로 물타기를 해서 동정표를 구해야 하는가.
헌법학자 이상돈이 외우고 있을테지만 우리나라 헌법 제1조 2항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명박근혜가 동시에 제기한 전 정권의 수장이었던 노 대통령은 고비고비마다 국민에게 의사선택을 묻고는 했다. 결정권을 위임한 것이다. 노무현에게 진정 ‘국민이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이명박은 집권 3년 동안 불법적인 방식으로 주권자인 국민들의 사생활과 약점을 캐고 회유, 겁박, 협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해 왔다.
너무나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에 야권연대에서는 대응책 논의에 경황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탄핵, 하야, 특검, 국정조사 등등. 이러면 국민들이 오히려 혼란스럽다. 탄핵사유인지, 하야사유인지, 특검사유인지, 국정조사 사유인지 등. 사찰 대응방안에 대해 야권연대에서 일사분란한 대응 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이명박근혜는 이에 ‘전 정권 책임론’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니 더더욱 대응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신봉자 노 대통령에게서 해답을 구한다. 그는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국민에게 물었다. 야권연대 역시 이 사안에 대해 국민에게 해답을 구해야 한다. 또한 지금은 민주주의의 꽃인 총선 정국임을 고려해 국민에게 답을 구해야 한다.
각 거리마다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런 내용을 보고 싶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사찰로 국민을 억압한 이명박 정권, 야권연대에게 힘을 주시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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