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안철수가 문재인에게 보낸 메시지
[문재인-안철수]안철수가 문재인에게 보낸 메시지
(서프라이즈 / 워낭소리 / 2012-09-19)
드디어 안철수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막상 출사표를 듣고 보니 전율같은 것이 몰려온다. 그것은 안철수의 입을 빌린 민중의 소리였다. 일찍이 맹자는 이를 '天命이라 하였고, 헤겔은 '절대 정신의 자기 실현'이라고 하였다.
안철수의 출마 선언, 하지만 같은 사실에 대한 반응은 둘로 나눠졌다. 진한 감동을 받았으며 역시 안철수다웠다는 쪽, 반면 너무 이상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고 실망했다는 쪽. 이 같은 상반된 시각의 원인은, 안철수가 인용한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미래란 이미 와 있으나 오해된 시간이다."라는 말이 연상되는 이 메시지는, 시대를 선도해 나가려는 진보주의자들에겐 희망의 소리로 들렸을 것이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수구세력들에겐 애써 외면하고 싶은 소리였을 것이다. 이들에게 미래란 이상적이며 추상적일 수밖에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안철수가 오늘 쏟아낸 말들 가운데서 내가 골라낸 핵심을 세 가지다.
첫째,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
둘째,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하고 있다
셋째, 사람의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증명하려고 한다
이 셋을 하나로 모으면 하나의 큰 줄기가 나온다. 낡은 체제의 상징인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은 미래 가치로써만 청산이 가능하며, 바로 이것이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것.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께 제안합니다"라고 하였으나, 박근혜로서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제안인 까닭에, 이는 사실상 문재인에게 던져진 메시지인 셈이다. 이는 또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대의 관심사인 단일화 그 해결의 키는 안철수가 아닌 문재인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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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어떻게 할 것인가? 문재인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당의 모든 권력을 문재인 중심으로 셋팅한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결단이었다. 이는 문재인이 키르케고르의 '신 앞에 선 단독자'의 자세로 국민 앞에 단독자로 섰음을 의미한다. 이제 공은 문재인에게 넘어갔고, 이 나라의 운명은 문재인 하기에 달렸다. 국민들이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이 정치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선택해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안철수가, 아니 국민들이 안철수의 눈을 통해 보려고 하는 것은, 문재인이 만들어나갈 혁신의 청사진 즉 안철수의 "재벌의 경제집중과 빈부격차 심화를 굉장히 큰 과라고 생각한다."라는 뼈아픈 지적에 대한 답이다.
인간은 제도를 만들고 제도는 인간을 변화시키지만, 제도 또한 인간이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문제의 핵심은 역시 인간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고민해야 할 제일의 과제는 과감한 인적 쇄신이다. 혁신 수준을 넘어선 혁명적 수준의 쇄신이어야 한다. 쇄신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노무현은 물론 자신의 아킬레스 건까지도 잘라내야 한다. 이를 깨달았음인지 문재인은 당선자 연설에서 "계파를 두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국민들도 그 실천여부를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답은 나왔다. 다시 말해, 문재인의 경천동지할 혁신이 확인되면, 단일화를 비롯한 모든 문제가 일거에 풀린다.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거대한 민심이 그제야 움직일 것이라는 말이다. 안철수는 민심이 띄운 배이므로 민심이 움직이는 대로 안철수는 움직이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안철수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말고, 문재인 자신부터 바로 세워라. 그게 정답이다.
도올 선생은 안철수를 역사의 신이 이 민족에게 내린 축복이라고 했다. 백 퍼센트 동감이다. 문재인은 이 엄청난 선물을 받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춘 또 하나의 축복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동이 틀 무렵인가, 앞산 하늘의 가장자리가 밝아오는 기미가 있다.
워낭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