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생각 디다보기

문재인이 달라졌어요

하병두 2012. 7. 8. 13:05


“문재인이 달라졌어요!”
[관훈토론회 방청기]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진실의길 / 강기석 / 2012-07-06)


(12월 대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본지는 여야 대선 후보들에 대한 풍부한 정보제공 차원에서 각 후보 캠프나 외곽단체 관계자들이 자기 후보에 대해 쓴 우호적인 성향의 글도 실을 계획입니다. 아울러 각 후보들에 대한 비판이나 조언을 담은 글 역시 기꺼이 실을 생각입니다. 그 첫 번째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문재인 고문의 외곽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의 운영위원인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문 고문 관훈토론회 방청기를 보내와 소개합니다. 각 후보 캠프의 투고를 적극 환영합니다... 편집자) 

“어휴~ 말 참 잘 하네. 정말 많이 달라졌어.” 

지난달 27일 서울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초청 관훈토론회가 끝나고 나오면서 언론계 원로 한 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문 후보 지지자들의 얼굴 표정이 한결같이 환한 걸 보니 대선 출마선언 후 첫 공개토론회 데뷔는 일단 성공적인 듯합니다. 관훈클럽은 창립 55주년을 맞는 중견언론인들의 친목단체입니다만 아무래도 <조중동> 출신들이 주축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이날도 패널과 취재기자 등 현역 언론인들을 제외하고는 원로언론인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중 한 분의 방청 소감이었던 겁니다.  

뒤이어 “역시 변호사 출신이어서 그런가. 준비를 참 많이 한 것 같아”라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석은 틀린 것 같습니다. 변호사 출신인 것도 맞고 준비를 많이 한 것도 맞겠습니다만 그런 것들이 문 후보가 몇 달 혹은 며칠 새 크게 달라진 면모를 보인 결정적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말이 좀 어눌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그는 변호사였습니다. 또한 초청받은 이가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어도 중견언론인들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공세에 당황하고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관훈토론회의 익숙한 정경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 하고있다. © 문재인 공식홈페이지


저는 문 후보의 변신의 비결은 결단과 확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7일 대선출마선언식에서 '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고사를 인용하며 “역사 앞에 자신을 바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힌 이래 문 후보의 행보와 어법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날 저녁 경희대 평화센터에서 열린 스피치 콘서트에서도 문 후보는 “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며 "이젠 닥치고 올인“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그 며칠 전,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인사들과의 맥주파티 자리에서는 “모두 나와 뛰어라. 내가 앞장서서 만들어 내겠다”고 사자후를 토하기도 했습니다.  


‘불비불명(不飛不鳴)’의 큰 새, 변신의 시작 

그런 문 후보의 진면목을 보인 것이 이날 관훈토론회였습니다. 모든 답변에 자신감이 넘쳐 났습니다. 구사하는 어법도 좀 더 단정적이고 직설적인 것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그는 “민주통합당의 후보로 선출될 것을 확신”했으며 “안철수 원장과의 경쟁에서 질 수가 없”으며 궁극적으로 박근혜 의원과의 최종 결전에 대해서도 “(박근혜의) 정치력은 높게 평가하지만 그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자가 나”라고 장담했습니다.  

경쟁자이면서도 ‘동지적’ 관계인 김두관, 안철수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이날도 아낌없이 후했습니다. 이장에서 출발해 장관까지 지낸 ‘입지전적 인물’ 김 지사는 지방자치․지방분권에 분명한 철학을 지닌 데다 이젠 도정 경험까지 갖춰,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에 손색이 없다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여기고 있다고 숨김없이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자리에서도 여러 차례 그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도 다시 한번 그를 ‘훌륭한 분’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그가 아직 본격적으로 정치참여를 선언하지도 않았는데 박근혜 의원과 맞먹는 지지도를 확보하고 있는데 대해 감탄을 금치 않았습니다. 이날 질문자 중 한 사람이 “다른 정치인들과는 달리, 경쟁자에 대해 늘 후하게 평가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라고 평할 정도였습니다.  


도저히 후하게 평할 수 없는 후보 박근혜 

하지만 박근혜 의원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각을 세웠습니다. 문 후보는 어느 때보다 강경한 어조로 “(박근혜 의원은) 저하고는 동시대에 띠도 같은 용띠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며 “제가 가난으로 고생하던 시기에 (박 의원은) 청와대에서 공주처럼 살았고, 제가 독재에 맞서던 시대에 독재 핵심에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 이후 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삶을 살았으나, 그분은 지금도 ‘5·16은 구국의 결단’ ‘유신독재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것’이라는 말씀을 한다”고 가차 없이 비판했습니다.  

문 후보는 자신의 출마 결심 자체가,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의 정책에 진정성이 없고 역사의식도 지금의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퇴행적인 박 의원이 지지율 1위라는 사실에 오히려 절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밝혔습니다. 따지고 보면 박 의원은 4년 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규제는 풀고 세금은 줄이겠다.”고 목청껏 외쳤던 장본인입니다. 이른바 ‘줄푸세’ 정책입니다. 경제와 복지를 결딴 낸 이명박 정권의 정책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해명 혹은 설명도 없이 무턱대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하겠다고 나서는 위선을 지적한 겁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가다가는 이 나라를 망친 이명박 정부와 똑같은 정치세력의 집권이 그대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절박감과 그에 따른 대선출마 결심을 ‘소명으로써의 권력의지’가 발동한 것이라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꼭 내가 해야 한다”는 벌거벗은 정치적 욕망을 그럴듯한 ‘명분’으로 치장하려 하지만 문재인의 ‘소명으로써의 권력의지’는 그 정반대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믿어지는 것은 그에게서 뿜어 나오는 ‘진정성’ 때문입니다.  


진정성으로 빛나는 ‘소명으로써의 권력의지’
 

▲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있다. © 문재인 공식홈페이지
문 후보의 자신감 넘치는 답변은 ‘3대 세습’이나 ‘북핵’ ‘인권’ 등 북한문제, ‘종북 논란’ ‘천안함 사건’ 등 통상적으로 민주진보진영 인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안보 관련 질문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모든 사안에 대해 민주진보진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할 만큼 확고하고도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친노 프레임’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였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문 후보에게 씌우고자 하는 ‘친노 프레임’이란 올가미는 두 방향으로 던져질 것입니다. 하나는 부정적․배타적 이미지 덧띄우기이고 다른 하나는 참여정부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한계론입니다.  

문 후보는 ‘친노 프레임’이 야권을 분열시키려고 조작된 허구의 프레임임을 지적하면서도 "저는 친노가 확실하고 친노라는 딱지를 떼고 싶지도 않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극복하겠다느니, 넘어서겠다느니 구구한 단서도 붙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친노 프레임’이 작동할만한 빌미를 준 점이 있다면 크게 반성하면서 친노니 비노니 하는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앞장 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할 뿐이었습니다. 

그는 “참여정부가 다 잘 하지는 못했고 한계도 있었지만 민주주의 민생 복지 등 우리나라 발전방향과 시대정신에 가장 충실한 정부였음을 자부한다”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이런 자부심은, 참여정부 비서실장 출신이 대선후보로써 가질 법한 한계에 대한 질문-이미 당내 다른 후보들이 비수처럼 날린 공격이지만-에 대한 답변에서 더욱 강하게 표출됩니다.  


정면돌파를 택한 ‘친노프레임’ 

문 후보는 “청와대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콘트롤타워 같은 역할을 하며 (비서실장은) 대통령보다 국정의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챙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자신이 안보장관조정회의에 고정멤버로 참여했던 사실을 소개하며 “이처럼 대통령의 관점으로 국정을 챙긴 경험은 ‘일개 부처’의 장이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덧붙였습니다. 장관, 당 대표, 도지사 등 타 경쟁자들의 경력에 비해 다소 빈약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자의 삐딱한 시각에 대한 반격인 셈입니다. 문 후보는 “(비서실장으로서의 국정운영 경험이야말로) 경쟁관계에 있는 어떤 후보도 갖지 못한 나만의 강점”이라고 자부했습니다.  

비서실장의 그릇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면 우스운 일이지만 대통령의 그릇을 가진 이가 비서실장의 경험을 갖추었다면 실로 귀중한 자산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문 후보가 안보장관회의 뿐 아니라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열리는 다른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엉뚱한 트집을 잡고 투정을 부리는 장관들을 호되게 질책했던 에피소드들을 귀엣말로나마 여러 차례 듣고 있습니다. 누가 그 자리에 있느냐가 문제이지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 대표나 장관에 비추어 그렇게 작게 취급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대통령 그릇’의 비서실장 수업 

문 후보의 자신감 넘치는 행보는 부산 경남지역 ‘경청투어’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문 후보는 PK `경청투어' 이틀째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때 부산에서 야권 정당 지지율이 40%를 넘은 사실을 들어 "이 정도 분포라면 부산 시민은 지역주의자가 아니다"며 부산이 지역주의를 완전히 극복했음을 선언했다고 합니다. 그는 또 "저는 부산 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지역을 놓고 봐도 민주당 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 "새누리당 후보를 꺾을 확실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문 후보의 가장 큰 약점으로 권력의지의 부족을 꼽아 왔습니다. 한 마디로 그에겐 “내가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깁니다. 사실이 그랬습니다. 그는 대통령의 꿈은커녕 아예 정치 자체를 자신의 삶 저쪽 편으로 제쳐 놓은 채 살아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이들에게는 출마선언 이후 확 달라진 그의 모습이, 태생적인 권력의지 부족을 감추려고 꾸민, 과장된 제스처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이들은 그의 변신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는 평소 늘 스스로를 절제하고 남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 하지만 진짜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의 전형이라는 겁니다. 구구히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끌려간 군대생활을 특등 특전사요원으로 극복해 낸 일, 짧은 기간의 준비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일, 인권․노동변호사의 길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던 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때면 어김없이 전면에 나서 최선의 노력을 다 했던 일 등 지난 삶의 궤적 전체가 그것을 숨김없이 웅변으로 보여 준다는 겁니다.  


“한번 결심하면 반드시 해 내는 사람” 

이를테면 결심을 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결심을 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 반드시 성취해 내고 마는 것이 문재인이라는 겁니다. 심지어는 총선 때 거리유세를 하면서 악수를 거부하는 유권자를 끝까지 쫒아가 기어코 악수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젠 됐다!”고 무릎을 친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무릇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는 ‘권력의지’가 있다고 하는데, 정치비평가들이 말하는 또다른 ‘권력의지’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발현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밥먹고 술마시고 전화하고 악수하고 측근들을 챙기고, 때로는 허황된 약속과 거짓말까지 섞인 연설을 늘어놓으며 끊임없이 권력을 탐하는 것이라면 문 후보에게는 끝끝내 해당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의 ‘소명으로써의 권력의지’는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 그의 극적인 변신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유입니다.

 

강기석 /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출처 : http://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1052&table=byple_news 





이글 퍼가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