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떠난자 남은자...누구를 위함인가?

하병두 2011. 5. 11. 15:33

 

그저께 늦은 밤,

친구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온다

 

***부친상

발인 **일

주변에 연락바람

 

잠시 기억을 떠 올린다

 

아흔인가,넘었는가..그러셨다,했지

음...한세상 잘 사셨네...

 

어릴적

조금 떨어진 동네에 사셨지만

우리집 앞에 밭이 있었으니..자주 뵌 기억은 나지만,

지금은 그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다.

 

장례식장이 마산이라고 하는데,

부처님 오신날에..

비도 많이 온다고 하고,

공사준비도 해야하고...갈까,어쩔까...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많이 불편하다.

출근준비를 하면서...상가에 가지않을 변명꺼리를 생각하면서,

 

머리도 감지않고 면도도 하지않고,

옷도 전날 입던 허름한 작업복차림으로 출근한다.

 

잠깐 일보고

울산친구와 안양 친구와 문상관련 전화통화도 하고,

집에 내려와...아내와 애들과 함께 용주사엘 가니..

절에서 한참거리의 길 입구에서부터 차가 밀리고..

이슬인가 비인가 하던 비도..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주차할 곳이 없어 헤매이다가

길 옆의 풀밭에 차를 버리고(?)..우산 두개에 나누어서 걷는데,

참....기분이 좋다...아들넘과 서로 우산을 많이 차지하려고 티격태격,

 

새로 지은 생활관 앞에 가니...점심공양 받으실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일 거드는 아주머니 한분이 앞으로 오더니..

줄을 중간에 끊으면서 지하로 내려가면 자리가 많다 하길래...냅다 뛰었다.

 

허허!

앞에 줄선분들이 열도 채 되지않는구나,

비빔밥 한그릇에 국 그릇과 떡 봉지 하나씩을 얹어준다.

 

딸아이와 둘이서

절에 온 인증샷을 몇 컷하고...

 

돌아오는 길에...불현듯..상가엘 가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아내에게 마산을 다녀와야겠다 하니,걱정스러운 눈치로 같이갈까요?한다.

그냥 혼자 다녀오겠다,하고...

 

면도하고 머리감고 옷 갈아입고...길을 나서는데,

뭘까?.............왜,갑자기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빗길이라 차들이 좀처럼 속력을 내지 못한 탓에..네시간이 소요되고,

식장에 들어서니 상주인 친구가 보인다...

 

웃는 얼굴이 좋을까,슬픈 얼굴이 좋을까...찰라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결국,아는체 하는 상주의 눈을 피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문상을 하고,

친구의 오빠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데...어릴 적,그 기억이 나는 얼굴이다.

몇마디 말을 나누고..옆의 접견실로 가니..여러 친구들이 보인다.

 

멀리서 왔다는 공치사를 듣고..한시간쯤 후에 담배 피우러 가는양,해서

그길로 올라온다.

 

청원까지는 비가 오락가락하더니..이후,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서니..앞이 보이질 않는다.

 

밤이 늦었기에 조바심은 나지만,

그래,이미 늦었으니...천천히 가기로 하자..

 

집에 도착해서 우산나물을 안주삼아 소주를 한잔하면서도,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고인을 위해서일까,상주를 위해서일까..누구를 위한 문상인가..나를 위함인가?